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 디스턴트 월드
[파이널 판타지 오케스트라 콘서트 : 디스턴트월드]가 지난 2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습니다.
파이널 판타지는 일본의 스퀘어사에서 1987년 12월 처음 개발한 게임으로, 시리즈 14편에 속전 및 외전편까지 합치면 게임시리즈만 30개가 넘으며, 영화는 5편까지 제작된 일본의 대표 RPG 게임이죠.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는 2002년도에 일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2007년 파이널 판타지 20주년을 맞이하여 미국의 AWR 프로덕션과 함께 디스턴트 월드라는 콘서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세계 주요 도시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요일 저녁 공연이라 오후 늦게 집을 나서서 지하철을 타고 남부터미널 역으로 향했습니다. 남부터미널 역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죠.
예술의 전당 앞에서 신호등을 건너가면서 예술의 전당 벽면에 걸려있는 여러 공연 및 전시에 대한 홍보물 사이에서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의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오늘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 디스턴트 월드] 콘서트가 열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클래식과 친하지 않아서 예술의 전당은 처음 가봤는데 여러 홀들이 나뉘어 있어 전체적인 규모가 상당히 크더군요.
콘서트홀 내부에서 오늘 공연을 알리는 여러 홍보물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공연인 만큼 파이널 판타지의 대표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노부오 우에마츠’가 직접 내한했고, 가수 ‘이수영’과 기타리스트 ‘배장흠’, 실력 있는 국내 성악가들의 협연으로 공연의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대표작곡가인 ‘노부오 우에마츠(Nobuo Uematsu)’는 게임음악에 있어 ‘존 윌리엄스’로 불린다고 하네요. 1987년 제작자 ‘사카구치’와 함께 파이널 판타지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1999년 작곡, 프로듀스하고 ‘왕페이’가 부른 파이널 판타지 VII의 주제가 ‘Eyes On Me’는 일본에서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오리콘 싱글차트 9위에 올랐으며, 파이널 판타지 X의 주제가이자 가수 ‘이수영’의 노래로도 유명한 ‘얼마나 좋을까’는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우에마츠’는 게임음악사상 최초로 제14회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에서 ‘Song of the Year’ 양악 부문을 수상했고, 지금은 스퀘어사를 떠나 자신의 회사인 ‘스마일 플리즈(Smile please Co. Ltd)’를 설립하여 게임과 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군요.
지휘자 ‘아니 로스(Arnie Roth)’는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작곡자, 제작자로서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활약 중인 인물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BBC 심포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등을 지휘했다고 하네요. 그는 ‘맨하임 스팀롤러’의 활동으로 그래미 상을 수상하였고, 파이널 판타지를 비롯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비디오 게임들의 배경 음악으로 구성한 공연의 음악감독 및 지휘를 맡아 호평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홀 한편에서는 파이널 판타지 OST CD, 티셔츠, 파이널 판타지 13 라이트닝 에디션, 파이널 판타지 13 타이틀 등을 정가에 판매하고 있더군요. PS3나 타이틀 등은 정가에 판매하고 있고 티셔츠는 생각보다 예쁘지가 않아서 구매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로비 한편에서는 파이널 판타지 13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라이트닝, 스노우 빌리어스, 세라 파론, 오르바 다이아 바닐라, 삿즈 카츠로이, 호프 에스트하임, 오르바 윤 팡 등 파이널 판타지 13편의 대표 히로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 별다른 이벤트나 추억이 될만한 행사가 없어서 좀 밋밋한 감도 들더군요.
특별석인 11만원짜리 VIP석을 구입한 분들은 작곡가 ‘노부오 우에마츠’와 지휘자 ‘아니 로스’의 사인을 직접 받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전 R석으로도 대만족.
사인회는 2층에 마련된 사인회장에서 별도로 진행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번 공연은 게임음악회로는 최초로 70여명의 오케스트라단과 30여명의 합창단, 솔로이스트들까지 100명이 넘는 음악인들의 참여로 대규모 편성을 자랑하고 있고, 무대 중앙에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파이널 판타지의 영상을 볼 수 있어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나이 어린 아이에서부터 늙은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해 파이널 판타지의 두터운 팬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공연을 통해 파이널 판타지의 여러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었고 스크린의 영상을 통해 여러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이벤트 영상, 전투신, 추격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영화의 화면 등을 보면서 곡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플레이 하던 예전 기억들도 함께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파이널 판타지 X의 주제가인 ‘얼마나 좋을까’를 가수 이수영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고, 지금 제작 중인 신작 파이널 판타지의 영상과 함께 배경 음악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앙코르 연주 때 ‘우에마츠’가 직접 코러스로 참여한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부 초반부터 시작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주파음으로 연주를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었고 예술의 전당 측에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주가 끝까지 진행되어 다시 감상하기 힘든 공연을 망쳐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는 이날 공연에 대한 공식 사과문이 공지사항에 등록되어 있고,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는 이날 공연에 대한 항의와 환불 요청을 요구하는 관람객들의 글들이 많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고주파음의 문제로 공연 도중에 퇴장한 분들에게만 환불이 이루어졌고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예술의 전당 측의 미흡한 대처가 공연을 결국 망쳐버린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예술의 전당 측 추가 공지에서는 관객의 녹음 중에 생긴 소음으로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던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인 만큼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이날의 사건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기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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