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방선거
9월 한국어판 발매가 예정되었던 [뉴 단간론파 V3]가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에서 살인 범죄에 대한 부분이 문제 의식 없이 묘사되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심의 등급 거부로 인해 국내 발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었습니다.
이후 세기말적 분위기, 데스게임이라는 설정, 모노쿠마가 연상되는 앨리스 등 [단간론파]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작품으로 알려진 [추방선거]가 오히려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지난 9월 14일, PS4용으로 한글화를 거쳐 정식 발매 되었습니다.
게임특징
[추방선거]는 고대 아테네 도시의 민주정 시대에 독재자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정치 제도인 ‘도편추방제(학명: Ostrakismos)’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도편추방제는 국가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조개껍질이나 도자기 파편에 적어 총 6천 표가 넘으면 국외로 10년간 추방하던 제도로 나중에는 정치적으로 이념을 달리하는 정적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변질되어 제도가 소멸하였죠.
[추방선거]는 기원전 487년경에 처음으로 실시된 직접 민주 정치 제도인 선거 추방제를 게임의 소재로 활용해 선보이고 있는 타이틀입니다.
이 작품은 탈출이 불가능한 유원지에서 각기 다른 과거를 가지고 있는 개성 넘치는 12명의 생존자 중 2명만이 살아남을 때까지 반복되는 데스게임의 스토리를 그린 텍스트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추방할 인물을 선정하여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추방되는 순서에 따라 남은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 등이 변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추방 순서를 바꾸어 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파악해 나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게임의 일러스트는 하드코어계 러브 코미디 장르의 라이트 노벨로 국내에서 정식 출간된 [사이코메]의 삽화가 ‘나마니에’입니다. [사이코메]는 미성년 범죄자들을 수용한 갱생 학교를 무대로 독특한 캐릭터성을 선보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게임그래픽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나마니에’는 각선미 미녀에 러블리 스타일의 살인범 소녀들의 모습으로 상식을 벗어난 일러스트를 선보여 왔는데, [추방선거]에서도 부드러운 선과 색채로 작가 특유의 미소녀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게임시스템
선거의 참가자들은 입후보자, 대립후보자, 지지자 중 하나의 입장에서 추방선거에 참가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입후보자가 대립후보자를 지명하여 토론의 테마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대변해 토론을 진행하게 됩니다.
지지자들은 토론이 끝난 이후에 입후보자와 대립후보자 중 한 쪽을 선택해 투표하게 되는데, 패배한 후보자는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바깥 세상으로 추방 당하게 되고, 이러한 선거 과정은 2명이 남을 때까지 반복하게 됩니다.
주인공 ‘이치죠 카나메’는 공감각을 이용한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자신이나 타인의 발언 속에 섞인 거짓말을 붉은색 글씨로 시각화하여 거짓말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본심을 숨긴 겉치레, 장난스러운 농담,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거짓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대화에서 조차도 거짓말이 섞일 수 있지만, 의도된 거짓말이 아니라 가정일 경우 목소리에 거짓이 섞이지 않고, 화자가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에도 거짓말로 판명되지 않습니다.
놀이공원을 게임의 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관람차, 회전목마, 제트코스터, 티컵 등의 장소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데, 럭키 플레이스로 선정된 곳을 방문하면 살인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페셜 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스페셜 카드를 획득하면 자료실의 기계를 통해 살인범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과거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정보는 교환하거나 거래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남이 말한 정보가 진짜인지 진위를 가리기 위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물어보고 대조해 보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게임플레이
[추방선거]는 앨리스 랜드라는 놀이공원을 무대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들이 존재해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존자 12명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어 인원이 2명이 될 때까지 선거를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이성적이고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고등학생 ‘이치죠 카나메’가 되어 최초로 시행된 추방선거에서 첫 희생자가 되어버린 여동생을 추방한 나머지 9명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데스게임을 이용하게 됩니다.
선거에서는 대화 중 체크 표시가 나타날 때가 있는데, 이때 해당 버튼을 누르면 중요 대화 내용을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기억한 키워드는 대화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야 할 때 반론의 키워드로 사용하게 됩니다.
선거 중에는 총 3칸의 생명력이 주어지는데, 대립후보자의 특정 발언에 대해 제한시간 내에 획득한 키워드 중 하나를 선택해 반론을 펼치게 됩니다. 반론을 제기할 시간이 짧아 고심할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생명력을 모두 소진해도 반복적으로 재도전이 가능해 어렵지 않게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맵을 통해 각종 놀이기구 외에 호텔의 로비, 라운지, 식당, 회의실, 복도, 호텔방, 자료실, 데이터베이스, 정원, 광장 등을 이동하며 다른 참가자들의 성격과 대인관계, 과거, 약점 등을 찾아내 정보를 수집하고 3일에 한번씩 열리는 선거에 입후보하여 타겟으로 지목한 상대를 추방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이란 주변인과의 관계성에 의해 얼마든지 평소와 다른 사고와 행동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존재라는 전재하에 두 가치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마치며…
[추방선거]는 [단간론파]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니폰이치소프트웨어의 텍스트 어드벤처 추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여동생을 추방한 9명의 인물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사람을 속이거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인물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행동을 펼치게 됩니다.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특성상 대사량이 많은 만큼 게임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각 캐릭터들의 과거나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비틀린 욕망을 선거를 통해 폭로하며 탄탄한 스토리의 라이트 노벨 한 권을 읽은 듯한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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